“자. 이런 요령이다.”
두 손으로 힘껏 쥐고 있던 훈련용 검이 어느새 저 멀리 내동댕이쳐졌다. 검의 주인이던 엘룬 소년은 말할 것도 없었고 주위에 몰려있는 견습기사들은 하나같이 아연한 표정이다. 검은 갑옷의 기사가 소년과 가까이서 검을 맞댔는가 싶은 그 다음 순간 모든 상황이 끝나있었다.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힘이나 속도로 밀어붙인 것이 아닌 물 흐르는 듯한 기술의 영역이다. 견습일지라도 백룡기사단의 일원인 아이들은 그 사실을 자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.
“조금 더 나아가면 상대의 무기를 빼앗는 것도 가능하다. 그것도 교본에도 실려있는 내용이지. 바로 그 무기를 빼앗기는 입장일 때에 대처하는 방법도 함께다만, 이 정도로 짧은 순간에 올바른 행동을 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. 자, 그러면 너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지?”
검을 놓치고 엉거주춤하게 서있던 어린 견습기사는 자신을 향한 질문에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. 마주한 시선에 움찔 압도되면서도 아이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답을 내놓았다.
“겨……경험을 쌓습니다!”
“음, 좋은 대답이다. 그리고 경험을 쌓는다는 건 대련이나 실전만이 아니라 기초 훈련을 포함한 이야기다. 반사적인 행동은 반복으로 익히는 법이지. 너희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만.”
말을 마친 지크프리트는 빌렸던 검을 다른 방향으로 고쳐쥐고 뒤편에 서있는 한 견습기사에게 내밀었다. 허둥지둥 다가가 그것을 받아든 휴먼 소년은 기사의 감사 인사에 더 큰 감사로 화답한다. 아직 배우지도 않은 검술을 흉내내는 건 좋게 말해도 반쯤 농땡이였다. 그런 도중에 존경하는 기사의 시범을 보게 되다니 생각지도 못한 횡재다. 다른 동기들도 생각하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. 조금 더 붙잡고 싶은 마음이야 모두 굴뚝 같지만 ‘그만 정해진 훈련을 해라’는 뜻을 견습기사들은 감히 거스르지 않았다.